시작.
아마 3년전, 여름쯤으로 기억된다. 원래 파려안스튜디오는 본격적인
사업이전의 브랜딩 공간으로 팝업스튜디오 개념으로 만들어졌었다. 파려안스튜디오가 어느정도 안정화되면서,
건축주는 원래의 사업계획대로 좀 더 큰 웨딩 스튜디오를 구상하고 있었다.
건축주와 운영, 마케팅, 장소, 규모 등에 관해 어느정도 얘기는 하였지만,
구체적인 사업의 뼈대가 구성되지 못하고, 나는 이미 서울로 올라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업무차 광주에 있었을 때, 건축주가 좋은 장소가 있는데,
같이 보러가자고 해서 계림동의 낡은 건물을 보러 갔었다.
광주 계림동은 오랫동안 개발되지 못하고, 사람들이 점점 빠져나가는 구도심의 낙후지역이였다.
서울의 연남동, 익선동이 각광을 받기 전 정도의 지역정도 되는 것 같다. 현재는 광주에서는 계림동보다
양림동이 좀더 핫한 공간이 되가고 있지만, 그때쯤에는 광주에 장소성을 가지는 개발에 대한 개념은 전무하였고,
단지 고층아파트로 구성된 신도시의 상권이 사람들의 놀이터였다.
계림동에 가서 처음 건물을 마주했을 때, 많은 불법 증축에 의해 어디까지가 이 집의 본체인지를 알 수없었지만,
그 곳은 확실히 이 연속된 집들의 집합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거리였다.
아직 근래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겠지만, 본 건물에 계속해서 덧붙여져 있던 석면과 가설막을 깨끗이 걷어내면,
빛나는 본래의 건물이 나올 것이다.
건축주와 탐험하듯이 내부에 들어갔는데, 내부도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잡동사니와 폐기물, 먼지, 아주 오래된 장농, 심하게 부폐된 여러가지 것들이 뒤엉켜 있는 공간이였다.
이곳에 조금만 더 있으면 생화학적으로 심각해질 것 같았다.
몇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예상치 못했던 구조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예전에 목욕탕으로 쓰였던 건물이라고 들었는데, 우리가 찾아낸 것이 물을 담수하는 탕이였는지,
보일러실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오래된 타일로 둘러쌓인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고,
그 육중함이 놀라웠다. 미로찾기처럼 내부를 이곳저곳 돌아다닌 끝에 다른 출구를 찾아 뒤뜰로 나왔다.
그래도 어느정도 내부의 공간감을 파악하고, 전체적인 집의 윤곽을 잡아냈다.
건축주에게는 빠른시일내 부동산 계약을 하시고, 진행했음 좋겠다고 얘기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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